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장기와 바둑을 두던 어르신들의 모습이 사라졌다. 7월 31일부터 시행된 ‘오락행위 금지 조치’는 국가유산 보호와 공원 미관 개선이라는 명분 아래, 한국형 현대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탄생한 여가 활동을 법으로 제재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질서 확립과 관광 환경 개선이라는 취지지만, 그 이면에는 행정 편의주의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부족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러한 조치는 한국의 아파트 문화가 보여주는 사회적 획일화와 닮아 있다. 아파트는 효율성과 질서, 청결을 앞세워 개성과 다양성을 지워버린 공간이다. 모든 집이 같은 구조, 같은 색, 같은 규칙을 따르며,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조차 점차 비슷한 삶의 방식으로 수렴된다.
탑골공원에 대한 이번 조치 역시 공공 공간을 특정 계층의 이상적인 그림처럼 만들려는 시도이며, 이는 민주주의 원칙에도 어긋난 행정 독재에 해당한다. 탑골공원의 기능이 일정 부분 사회적 기능을 수행했기 때문에, 제재와 관련된 조치가 등장하려면 의견 수렴 등의 기회가 주어졌어야 한다.
공원은 도시의 숨결이자, 다양한 삶의 흔적이 녹아든 공간이다. 탑골공원은 오랜 시간 동안 노년층의 문화 중심지였고, 그들의 장기판과 바둑판은 단순한 오락이 아니라, 노년에서의 사회적 연결망이자 정서적 안전판이었다. 이를 ‘보기 안 좋다’는 이유로 철거하고, ‘정숙하게 관람하는 장소’로만 규정하는 것은 공공 공간의 본질을 훼손하는 일이다.
도시 미관을 위해 사람을 지우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품는 미관을 고민해야 한다. 탑골공원은 살아있는 공동체의 일부였고, 그 풍경은 서울의 역사와 정체성의 일부였다. 공공의 공간은 모두의 것이며, 특히 가장 자주 그곳을 찾는 사람들의 삶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깨끗함’이라는 이름 아래 벌어지는 획일화는 결국 도시를 비개성의 공간으로 만든다. 탑골공원에서 장기판이 사라진 자리에 남은 것은 침묵과 소외다. 문화유산을 보호한다는 명분이 사람을 배제하는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 공원은 특정 계층의 이상향이 아니라, 다양한 삶이 공존하는 공간이어야 한다.
탑골공원을 원래대로 돌려놔야 한다.